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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화살의 비유

 

부처란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 모든 진리를 깨달았다면, 우주와 영혼, 죽음의 본질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우리의 경험을 아득히 넘어서는 사변적인 질문들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싯다르타에게 중요한 것은 실존적인 괴로움과 고통을 넘어서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싯다르타는 수행의 본질과 관련 없는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침묵하였다.

 

싯다르타의 제자 중, 마룬캬풋타(만동자[鬘童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출가한 지 6년이 지났음에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자,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마룬캬풋타는 싯다르타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떠날 생각을 했다.

 

"세상은 영원한 것입니까?"

"우주는 무한한 것입니까?"

"영혼은 육체와 동일한 것입니까?"

 

질문을 들은 싯다르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오는 것도 네 마음이었으니, 가는 것도 네 마음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수행을 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목숨을 마치게 될 것이다."

 

이어서 싯다르타는 '독화살의 비유'로서 설명을 이어간다.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 독화살을 빨리 뽑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화살을 쏜 사람이 크샤트리아인지, 바라문인지, 바이샤인지 수드라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과 성별도 알아야 한다. 또한 어떤 종류의 화살이며, 어디에서 쏘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다 알기 전까지는 절대로 화살을 뽑지 않겠다.'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는가?"

 

"곧 온 몸에 독이 퍼져 죽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박힌 독화살을 뽑아내는 것이다. 내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의심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영원한 세상과 무한한 우주, 육체와 영혼의 동일성 여부는 당장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네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로병사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괴로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없애는 길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답변에 만족한 마룬캬풋타는 기뻐하며, 가르침을 받들어 수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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